-
형님 되기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3. 1. 25. 18:29
얘들아,
요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게 너희의 중요한 일과야. 1월 1일 아침에 2호가 일어나자마자 '아~ 몸이 근질근질해요. 키를 재봐야겠어요'하더니 글쎄 100cm를 딱 찍더라. 그리고 아직 자고 있는 1호를 깨웠어. '1호야! 1호야! 얼른 일어나서 키 재'라면서.
너희의 단기 목표는 110cm야. 여러 놀이기구와 놀이터에서 제한하는 키라서 기억에 남았나 봐. 110cm가 되면 옴팡 놀이터의 슬라이드도 탈 수 있고, 회전목마도 탈 수 있어. 놀자 숲에도 입장할 수 있고, 눈썰매도 혼자 탈 수 있지.
키뿐 아니라 나이가 늘어나는 것도 너희에게 중요해 보여. 3살 때 누가 '몇 살이니?' 물으면 너희는 8살이니 15살이니 말도 안 되게 속여 말했잖아. 드디어 올해, 진짜 5살이 되었어. 그런데 어쩌지? 6월부터 한국식 나이에서 만 나이 제도로 바뀐다고 해. 곧 도로 3살이 될 거라고 말해주었더니 너희 둘 다 혼란스러워했어. 엄마가 열심히 이유를 설명해 줬지만 이해한 것 같진 않아 보였어. 너희는 슬퍼하면서 어떻게 다시 5살이 되냐고 물어왔단다. 밥을 열심히 먹으면 되냐길래 그렇다고 했지.
너희에게 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한 해 한 해, 늙어만 가는 엄마아빠는 잘 기억이 안 나. 형님반으로 올라간다고 기뻐하고, 식당에 들어섰는데 '아기 의자 필요하세요?' 묻는 서버분들에게 대뜸 '아닌데요? 저는 아기가 아닌데요? 어린이인데요!'라고 외치는 걸 보면 너희에게 큰다는 건 무척 자랑스럽고 설레는 일인 가봐
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형님이 되. 그런데 요즘 너희의 성장은 하루하루 도전해서 이뤄낸 결과물 같아. 주저앉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말이야. 단추 채우기나 연필 쥐기도 크면서 저절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희를 보니 수없이 연습하더라.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 뒤에 마침내 해 내. 너희가 얼마나 애써 성장하는지 아니까 더욱 값져 보여.
너희가 성장을 얼마나 앙망하는지 아니까, 엄마아빠는 가끔 이용하기도 해. '어~ 그렇게 우는 건 형님이 아닌데?'하면서 말이야. 한편으로 너희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단다. 좀 힘에 부치면 울고, 안아달라 조르며 아기처럼 굴어도 괜찮아. 그렇게 사랑받고 지지받으며 하루하루 자라다보면 어느새 정말 무척 큰 형님이 되어 있을 거란다.'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팸 두 달 사용기 (0) 2023.02.21 수건 샤워는 씻는 게 아니야. (0) 2023.02.20 엄마, 이 노래 알아요? (0) 2023.01.17 더 깊이 더 멀리 가보고 싶어요 (1) 2022.12.29 40개월 아이와 40대 부모가 같이 갖고 노는 월팸 (0)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