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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건 샤워는 씻는 게 아니야.
    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3. 2. 20. 21:38

    얘들아,

     

    너희들은 적어도 씻는 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 샤워기 물살이나 소리를 조금 불편해하긴 했어도 미리 위스퍼링을 해주면 잘 씻고 머리 감는 것도 곧잘 해냈어. 그런데 요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어서 기록해 둔다.

     

    신생아 때는 아빠가 목욕을 전담했어. 엄마는 혹시라도 너희를 놓치거나 반대로 세게 잡아서 아프게 할까 봐 엄두가 나지 않았어. (반면 아빠는 너희 손발톱을 자르는 게 너무 무섭다고 해서 너희의 손발톱 관리는 엄마 담당이야.) 조금씩 자라면서 너희는 3단계 중에 선택해서 씻곤 해. 목욕 - 스포츠카 샤워 - 수건샤워

     

    목욕은 욕조에 물을 받아서 씻는 거야. 목욕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고 씻어내는 놀이와 같이 하지. 스포츠카 샤워는 샤워기로 물을 틀어서 스포츠카가 지나가는 것 처럼 빠르게 씻는 거야. 그리고 수건샤워는, 아무래도 엄마가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은데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서 몸을 닦는 걸로 씻기를 대체하는 거지. 외출하고 돌아와 너무 늦거나, 너희가 차에서 잠들거나하면 목욕을 대신해서 몇 번 했는데, 너희에게 노는 게 너무너무 중요해진 요즘, 너희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더라

     

    1호 : 2호야, 오늘 수건샤워 어때?

    2호 : 좋아, 좋아! 얼른 하고 자동차놀이 계속하자.

    1호 : 엄마, 우리 수건샤워하기로 했어요.

    엄마 : ......

     

    분명히 하자면 수건샤워는 씻는 게 아니란다 얘들아. 피치 못해 그렇게 몇 번 한 것이지. 여유가 될 때는 적어도 샤워, 가능하면 따뜻한 욕조 안에서 깨끗하게 씻어야 해. 맞아. 매일매일.

     

    너희는 샤워나 목욕을 하고 나면 목욕수건을 걸치고 나와서 목욕요정으로 변신한단다. 신생아 때는 목욕수건이 너희를 몇 바퀴나 감았는데 요즘은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는 걸 보면서 너희가 많이 자랐다는 걸 실감해.

     

    이제 겨울이 끝나가. 앞으로 해가 길어진 만큼 너희는 매일 엄청 뛰어놀겠지? 땀에 머리카락이 온통 젖을 정도로.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나면 씻는 걸 잊지 말아 줘. 수건 샤워는 더 이상 안 됩니다. 마냥 보드랍기만 하던 발 뒤꿈치가 단단해지기 시작한 목욕요정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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