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올 것이 왔다 : 엄마 아빠도 하늘나라에 갈 건 가요?
    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2. 11. 28. 20:13

    너희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미이라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 있었어.  '파라오들이 죽으면 붕대를 온몸에 감아 석관 속에 넣었다‘는 구절이 나왔지.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데 몸은 썩지 않게 미이라로 만든 거라고 설명해주고 넘어가려는 찰나, 1호가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멍하니 생각하다 물었어.

     

    엄마, 사람은 왜 죽어요?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 거예요?

     


    세돌 즈음부터 시작된 '왜'로 시작하는 질문에 그래도 수월하게 답해왔어. 하지만 전쟁과 죽음만큼은 아직 제대로 답을 준비 못했단다. 앞으로 한두 해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올 것이 온 거지. 허를 찔려 머뭇거리는 사이 2호가 다시 질문했어.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나요?

    얼결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1호가 다음 질문을 했어.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왜 다시 만날 수 없나요?'라고. 엄마는 하늘나라는 아주 멀어서 기차나 비행기(아이들이 아는 멀리까지 가는 교통수단)로도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지.

    첫 순간은 이렇게 대충 마무리 되었어. 아빠와도 공유했지. '하늘나라'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대비해야할 것 같다고. 하지만 너희의 성장은 예상보다 늘 빠르구나. 우물쭈물 며칠을 보낸 어느 아침, 등원하는 차 안에서 1호 네가 다시 하늘나라 이야기를 꺼냈거든.

    엄마, 있잖아요. 하늘나라에 가면 왜 돌아올 수 없어요?



    꽤 마음에 품고 있었던 모양새였어. 엄마는 입이 말랐어. 아빠를 쳐다보며 쿡 찔렀지. 떠넘긴 거야.

    아빠는 '어, 그러니까. 하늘나라는 너무너무 멀어서~'라며 고만고만한 대답으로 모면하려는 찰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질문을 쏟아냈어. 

    1호 : 엄마아빠도 하늘나라에 갈 건 가요?
    2호 : 그럼 우리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나요?
    1호 : 나는 하늘나라에 따라갈 거예요.
    2호 : 나도! 나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는, 엄마아빠가 죽고 세상에 남을 너희가 떠올랐어. 우리가 준비 없이 죽어 버리면 너희는 어떻게 살아가지? 아직 너무 어려. 가르쳐 주지 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너희와 보내는 이 행복한 시간이 갑자기 끝나다니 말도 안 돼!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르더라. 너희도 아마 비슷한 상상을 하며 걱정한 게 아닐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까? 어떻게 안심시켜주지? 하지만 뭐라고 답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어. 제발 너희 아빠가 이 상황을 모면해주었으면 하는 찰나 옆을 보니 너희 아빠는 엄마보다 한술 더 떴어. 눈물이 줄줄 흘러 옷깃으로 훔치고 있더라고. 으이그~ 일단 너희에게 들키지 않게 엄마부터 얼른 울음을 삼켰지. 다행히 너희 아빠가 먹먹하게 입을 열더라.

    1호야, 2호야. 너희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와서 너희를 기다렸지?
    그런 것처럼 엄마아빠가 하늘나라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거야.
    너희는 마음껏 살고 천천히 오면 된단다.
    엄마아빠는 하늘나라에서도 같이 재밌게 지내며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게.


    4살인 너희에게 더할 나위 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해. '죽음'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해내다니 놀라웠지. 이 대답으로 너희의 '하늘나라'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겠지만 한결 편안해 보이더라. 다시 묻지 않는 걸 보니 조금은 납득이 된 것도 같았어. 무엇보다 엄마 마음이 놓였고.

    그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지금 이 순간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자. 너희 덕분에 엄마는 미래에 대한 염려 대신 ‘지금 여기’로 돌아왔어. 차에서 내린 너희를 품 안 가득 안고 싶었어. 하지만 너희는 언제 그런 진지하고 무거운 질문을 했냐는 듯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제각각 달려나갔어.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