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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희의 첫 농담
    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2. 12. 5. 21:00

    얘들아, 요즘 너희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해. 너희는 아직 어린데도 유머감각이 넘쳐 흐른단다.


    너희는 익숙해진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는 것을 즐겨. 동요는 물론이고, 대중가요도. 뉴진스의 'Cookie'라는 노래를 듣더니 ’내가 만든 쿠키~ 너를 위해 구웠지'라는 가사를 가지고, ‘내가 만든 런던 브릿지~ 2호가 부숴 버렸지'라고 바꾸질 않나. 10cm의 '아메리카노'를 들은 뒤 동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을 때, 2호가 파스타에서 베이컨을 '빼고주세요~'라고 흥얼거렸지.

    너희는 이렇게 말의 뜻을 이해하고 적절히 쓰기 전에도 장난치길 좋아했단다. 엄마는 너희의 첫 농담을 잊을 수가 없어. 두돌 남짓, 아직 본격적으로 말문이 트이기 전이었어.

    1호가 새삼스레 엄마 앞에 오더니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O뚜(=2호 이름)'하는 거야. (그땐 명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O뚜'라고 했단다.) 엄마는 염려가 됐어. ‘어머, 아닌데! 엄마가 보기에 넌 1호인데?! 주변 사람들이 헷갈려하니까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건가?'하고 말야.

    그래서 말했지.
    "1호야, 아니야. 너는 1호야. 스스로가 2호인지 1호인지 헷갈리니?"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며 걱정하는 찰나, 너의 표정을 살펴보니 어째 묘했어. 어느새 2호 너도 곁에 서서 개구쟁이 표정을 짓고 지켜보고 있었어.

    1호, 너는 네가 1호인걸 분명히 알면서 엄마에게 '제가 2호예요'라며 농담한 거지. 2호는 이미 눈치채고 엄마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장난에 동참하고 있었고.

    순간 엄마의 걱정이 스르르 풀어지면서 깔깔깔 웃음이 났어. 24개월 된 아기들이 일란성 쌍둥이인 걸 이용해서 엄마를 놀린다고? 너무 신기하고 기특했어. 물론 무척 재미있었지. 이 첫 농담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기록해둔다.

    농담하고 장난 치려면 엄청나게 창의적이어야 하지. 상황에 대한 이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도 필요해. 각자가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하고 순발력과 연기력도 뛰어나야 하단다. 그런 면에서 너희는 이미 훌륭한 장난꾸러기야.

    앞으로 얼마나 기발한 장난을, 얼마나 심하게, 얼마나 많이 칠까? 기대 되고 한편으로는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너희가 다치거나 남에게 피해가 가지않는다면 기꺼이 환영하고 싶어. 그리고 첫 농담을 들었을 때처럼 즐겁게 속아주고, 생생하게 기록해 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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