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주의 최애곡: London Bridge Falling Down

1호야, 요즘 너는 London Bridge Falling down 노래에 푹 빠져있어. 2호도 좋아하긴하지만 엄마아빠가 보기에 너만큼은 아니야. 등하원길에 우연히 이 노래가 나왔는데 '어? 엄마 이거 뭐예요?'라고 물은 게 시작이었지.

그 후로 거의 두달 동안 너는 이 노래를 부르며 눈을 뜨고, 이 노래를 부르며 잠들어. 물론 깨있는 동안도 계속 부르지. 어린이집에서도 불러서 선생님과 다른 어린이집 친구들이 다 이 노래를 알고 있더라. 블럭 전시회가 있었는데 역시 너는 런던브릿지를 만들었어.

유투브에 있는 London Bridge Falling down 영상은 거의 다 본 것 같아. 영어와 우리말은 물론이고 인도 아이들이 보는 힌디어와 아랍어 버전까지 봤단다. 너는 그 중에서도 처음 들었던 오리지널(LBB) 버전과 영국버전을 좋아해.

하루는 네가 잠자코있다가 큰 마음을 내서 말했어. ‘런던에 가서 런던브릿지를 꼭 보고 싶다’고. 영국은 지구 반대편이라 13시간 비행기 타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너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했어. 정말 비행기 표를 끊어야하나 엄마아빠는 심각하게 고민했단다. 블럭놀이와 구글어스로 떠나는 여행만으로는 충분치 않은지 그 후로도 '갈 수 있는데'라고 몇 번 말했어.

런던브릿지 노래를 부르며 각종 블럭으로 만들고 쌓기를 반복할 때 너는 참 빛나. 신나보이고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보여. 여러 음색으로 리듬감있게 부르는 모습에서 에너지가 넘친단다. 이따금 엄마아빠는 그 노래가 지겨워서 다른 노래를 틀어주기도하지만 어림없더라. 런던 브릿지 노래를 듣고 싶다고 눈썹을 시옷자로 세우고 부탁하는 널 보면 다시 찾아 틀게 돼.

이 노래 덕분에 너는 iron, steel, wood, clay, glue, gold, silver, needle, pin 같은 건축 관련 명사와 bend, bow, break, wash away, melt, stay, rust, built it up, didn’t fall down 같이 상태변화를 알려주는 표현들을 알게 되었지. 심지어 will be stolen away라는 가사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미래시제 수동태를 설명해줄 뻔 했어. 소리를 들은 그대로 입으로 옮기고, 노래를 내 몸의 일부처럼 흡수해버리는 걸 보면 놀랍고 신기해.

엄마 아빠가 집안일로 바쁘거나 우리만의 대화로 너에게 집중해주지 않을 때 혼자 구슬프게 부르기도 해. 그럴 땐 좀 안스럽고, 걱정스러웠어. 이 노래로 심심하고 외로운 걸 달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왜 너는 이 노래에 이렇게 매료되었을까? 그래,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지. ‘그냥 너무 좋아요!' 라는 네 말이 정답일 거야.

나중에 커서도 기억할까? '어, 이 노래 들어본 것 같은데'라고. 그러면 엄마와 아빠는 마주보며 능청을 떨어볼까 해. ‘그래? 엄마아빤 처음 듣는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