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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살을 앞두고 시작하는 월팸
    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2. 12. 21. 20:17

    아이들은 며칠 뒤 2023년이면 한국 나이 5살이 된다...지만 3분기 생이라 세돌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세 돌까지는 '교육'이나 '학습'이란 단어는 떠올릴 겨를도 없이 키웠다. 17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한 달 적응하고 내가, 6개월쯤 지나 남편도 복직을 했다. 물리적, 금전적인 조부모 도움 없고 시터는 몇 년째 구인중. 우리 둘이 겨우 먹이고 재우고 뛰어노는 보육만 하다 기관에 간 셈이다.

     

    첫 등원 당시 당연(?)히 기저귀가 한창이었고, 말이 늦어서 알림장에 주로 옹알이가 기록되었다. 두 돌 반 정도까지도 말문이 안 트여 '혹시 검사 받으러 가야 하나' 새벽마다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양육자인 우리는 둘 다 2000년대 대학을 나왔고, 영어를 왠지 모르게 좋아하나 잘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학연수, 유학 경험 전혀 없고 일가친척 중에 북미나 영국에 나가 계신 분 없다.

     

    아이들 태어나기 전에 데이트 삼아 숨고에서 영어회화 선생님을 찾아 같이 주 1회 수업을 받곤 했다. 늘 '콩글리쉬가 몸에 배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둘 다 중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과서로 처음 영어를 만났으니까. ' I am a boy. You are a girl. How are you? Fine, Thank you.' 자동 발사되는 그 영어 세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름 선행학습을 했다. 우리 엄마가 초등학교 6학년 때 6개월 정도 오기로 튼튼 영어 파닉스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oo네 집은 이런 거 시킬 여유가 없을 텐데...라는 친구 엄마의 말이 화근이었다.) 여행 가서 가벼운 회화는 할 수 있을지언정 내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하거나 영어로 전문적인 일을 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영어를 하지 못한다. 아마 수많은 3-40대 부모가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두 돌 전까지 엄마표 영어 책을 찾아보며 관심은 가졌다.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거구나, '일정 정도 시간 이상 노출시켜 주라'는 거구나 등등 머리로 이해하고 동의했다. 왜냐하면 영어는 아니지만 특정 외국어를 배우며 언어 습득을 새롭게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교재로 읽고 쓰기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책 없이 소리와 대화로 6개월 가까이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그랬더니 문법은 모르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어학에 재능이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공부방법이 틀렸던 거다. 듣기와 말하기를 충분히 못해봐서 생긴 문제였다.

    Hello Sweetie~ Did you sleep well? 하고 자연스럽게 말 걸어 줄 수 있는 부모는 아니지만 듣기는 여러 도구가 있으니 해볼 만하다 생각했다. 그렇다고 애들이 어린데 벌써 사교육에 돈 쓰기는 싫었다. 여유도 없었다. 아이들이 워낙 많이 먹어대서 고정 식비가 너무 많이 나간다. 그래서 옷이나 장난감도 대여하거나 중고를 찾는 마당에 사교육은 언감생심.

    중고로 노부영 베스트, 마메모, 잉글리시 에그 등을 중구난방 늘어놓았지만 아이들은 딱히 관심을 안 가졌다. 우리도 시들했다. 아이들이 안 들으려하면 그냥 껐다. 이따금 뽑아 들어 읽어주고 같이 놀아줬지만 체계적인 듣기 노출시간을 따지거나 크게 애쓰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과 우리말로 쉼 없이 대화를 나눴다. 우리말 책은 읽어달라는대로 읽어줬다. 두 돌 전까지 집에서 부부가 이야기 나누고, 사이사이 아이들에게도 말 걸고 경과(?)를 설명해줬다. 기관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또래 아이들이 대부분 말이 늦다는데 세돌 즈음이 되자 다행히 둘 다 말문이 트였다. 자기감정이나 필요를 곧잘 말로 표현했다. 그걸로 안심이었다.

    발단은 바로 이 노래,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이다. 우리말이 좀 트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등원 길에 흘러나온 이 노래를 듣고 한 녀석이 물었다. '엄마 방금 나온 노래 뭐예요? 또 듣고 싶어요' 그 뒤로 4개월, 이 세상에 나온 온갖 런던 브리지 노래를 다 들었다. 수백 번은 족히 된다. 두 달쯤 지나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을 떠서, 잘 때까지 이어졌다. 한 녀석이 그러니까 다른 녀석도 같이 흥얼거리고, 듣자 하니 어린이 집에서도 그런가 보다. 같은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까지 흥얼거리고 계신다.

     
    모든 블럭놀이는 기승전 런던 브리지

    만들기나 그리기도 온통 런던 브리지. 급기야 영국 런던에 가고 싶단다. 13시간 비행기 타야 하니까 아직 무리라고, 아쉬운 대로 구글 어스로 런던까지 날아가 줬다. 런던 브리지 앓이가 잦아들긴커녕 더 심해졌다. 런던 브리지가 보이는 부동산 소개 영상까지 하여간 런던 브리지와 관련된 거라면 다 찾아본 것 같다. 길을 가다가 아주 작은 유니언 기만 있어도 기가 막히게 발견하고 '영국이다!'를 외치기에 이르렀다.

     

    재영 한국인의 런던 부동산 소개채널. 저기가 우리 집이면 좋겠다고. 엄마도 그렇다.

     

    고백컨데 덕질은 유전이다. 나나 남편이나 하나에 꽂히면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스로 마음에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해야 그만둔다. 그러니 누굴 탓하랴. 그저 아이들의 런던 브리지 덕질을 지원하는 수밖에. 파자마까지 런던 브리지 패턴을 결국 찾아내어 입혔다. 더구나 런던은 내 쪽 귀책사유가 좀 크다. BBC 셜록 드라마에 한동안 꽂혀서 미친 듯이 보고 컴버배치 덕질을 하고 관련 굿즈를 사는 등... (말 줄임)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그냥 노래만 듣는 게 아니라 이 노래에 담긴 여러 영어 표현들-말하자면 건축 관련 단어와 동사들 : wood and clay, wash away, rust and bend, iron and steel, silver and gold, will not stay, build it up 등등)을 싹 다 외우고 뜻을 묻는 게 아닌가. 건설현장을 지나며 'iron bar', 옆에 녹슨 트럭이 멈추면 'rust',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silver and gold'를 말하는 아이들을 보자니 우리가 너무 무심한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5세를 앞두고 다들 영어유치원이나 적어도 일반 유치원+사교육을 고민하는 시기였다.

     

    내 눈엔 이제 겨우 말을 좀 하는 말썽꾸러기들인 데다가 유치원에 지원하거나 교육기관에 셔틀 뛸 상황도 아니라서 (조부모 도움 없는 맞벌이 둥이 양육자의 현실) '내년에도 당연히 기승전 어린이집'이었다. 더구나 최근 몇 달 동안 아이들이 교대로 넘어지고 깨지고 멍들고 콧구멍에 열매를 넣어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드나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머리나 깨지지 마라 이 녀석들아'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한글-수학-영어 '교육'은 애초 안 중에 없었다.

     

    하지만 런던 브리지 때문에 영어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최근 2주 동안 집중 공부했다. 대학까진 모르겠고 초등학교까지는 대충이나마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물론 내 지인들의 이야기과 인터넷 서칭이라 한계는 있겠지만.

    그리하여 이 글을 쓰게 된 건데 다음 글을 위해 많이 많이 건너뛰고 결론부터 말하면,

    네, 그렇게 됐습니다.

    월드패밀리잉글리시를 들였다. to be count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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