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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친구가 엄마아빠한테 혼나니까 속상했어아이들을 관찰하다 (육아일지) 2023. 3. 27. 19:04
2호야.
음, 맞아. 반성문이야. 가급적 너희와의 기쁘고 놀라운 순간을 적고 싶은데 그런 순간은 쉬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이렇게 미래의 너희들에게 미안했다고 고백할 이야기들만 또렷하게 가슴에 남는다.
지난 주말 아빠가 공부하러 집을 비우고, 엄마가 삼촌과 할머니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너희를 돌봤어. 어렵사리 무사히 주말을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2호 네가 나무 침대 프레임에 그림을 그린 거야. 거긴 그림 그리면 안 되는 곳이니 지우라고 했지만, 나무에 마커로 그린 그림이 지워질 리 없지. 넌 물티슈로 문질러보다 그림이 안 지워지자 민망했는지 빙긋 웃었어.
평소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그 웃음이 순간 얼마나 자극이 되었는지 몰라. 게다가 네가 그 물티슈를 입에 물고 또 웃어서 엄마는 정말 화가 났어. 그 물티슈를 쪽쪽 빨기까지 해서 엄마는 확 잡아 뺐어. 아빠는 그 모습을 보고, 너의 이가 상할까 걱정되어 더 화가 나고.
넌 실실 웃고, 1호는 불편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엄마아빠는 점점 더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눈을 부릅뜨니 아수라장이었지.
종이와 화이트보드를 빼고는 그림을 그리지 않기로 약속하고 일단락되었지만 그 사이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한다'는 둥, '집에 있는 펜은 다 1호 걸로 하겠다'는 둥 엄마는 2호 너에게 으름장을 놓았어.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넌 '워크북엔 그려도 돼요?'라면서 눈빛이 슬퍼졌지.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고, 그걸 재밌게 가족과 나누고 싶었겠구나... 하루가 지난 오늘에야 헤아려.
엄마는 아빠 없이 너희를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고, 그나마 아빠가 돌아와 너희를 돌봐 준 덕분에 4일 만에 머리를 감아서 참 행복했는데. 그래서 너희를 꼭 껴안고 편안히 잠들려고 했는데 낙서가 뭐라고 그렇게 화가 났을까? 엄마와 아빠는 각자 유난히 자극받은 순간에 대해 차분히 대화 나누려고 해.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시간 끌지 않고 바로 이야기할게. 우주가 어젯밤, 자기 전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해줬듯이 말이야.
2호는 내 친구인데... 내 소중한 친구가 엄마아빠한테 혼나니까 속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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